미국과 중국 간 경제 블록화
손지혁
2024년 11월 08일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두 나라 간 경제 블록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경제적·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두 나라가 각각 자국 중심의 경제 블록을 구축하려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블록화는 전 세계 무역과 공급망, 기술 협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 중국을 주요 경제 파트너로 삼고 있는 국가들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 블록화의 주요 사례로는 미국의 반도체 규제를 들 수 있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2022년 미국이 반도체 칩과 관련된 첨단 기술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정책을 발표함으로 인해 미국 기술을 사용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중국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 이는 한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기업들은 미국의 기술에 의존해 반도체를 생산하기 때문에 미국 규제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결국 반도체 공급망에 큰 변화를 가져오면서 세계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결과를 이끈다.
이러한 미국의 블록 경제를 경계하는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자국 내 기술 자립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첨단 산업 분야에서 독립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자국 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전기차 배터리 등의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의 "자주적 혁신" 전략은 자국 기업이 미국 등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로부터의 기술 차단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이러한 세계와의 단절로 인해 글로벌 기술 협력이 무산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었다. 동시에 미국또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은 일본, 한국, 대만 등과 반도체 동맹을 구축해 자국 및 동맹국들의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무역 및 투자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을 견제하려고 하는 중이다. IPEF와 같은 방법들을 통해 미국은 자국과 동맹국 간의 경제적 결속을 강화하고,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경제 블록화의 영향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게 된 경제 블록화, 블록 경제는 어떠한 영향을 사회와 세계에 미치는 것일까. 첫째는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이다. 미국과 중국 간 경제 블록화는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을 불러왔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의 첨단 산업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배제하는 정책을 강화하면서, 기업들은 생산지를 재배치하거나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할 필요에 직면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에서의 생산과 투자를 균형 있게 배분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생산 거점을 이전하는 등 복잡한 상황에 처했다. 이로 인해 비용 상승과 공급망 불안정이 발생하는 등 글로벌 기업과 국가 간 교류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 성장 둔화가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이다. 경제 블록화는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를 촉진한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자국의 경제 블록 내에서만 교류를 강화하면, 자유무역의 축소와 무역 장벽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무역량이 줄어들고, 각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특히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이 대립할 경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와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술 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첨단 기술 발전을 견제하기 위해 자국 내 기술 기업들과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기술 자립을 강화하며 미국의 제재에 대응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두 나라가 각기 다른 기술 표준을 개발하고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니, 글로벌 기술 표준이 양분될 가능성도 자연스레 커지게 되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경제 블록화는 글로벌 경제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반도체와 같은 핵심 산업에서부터 기술 혁신, 무역 및 공급망 재편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블록화 현상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에게 경제적 도전 과제를 던진다. 앞으로도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의 구조가 계속 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각국의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의 대응 방안
그렇다면 이러한 도전과 갈등 속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서 균형을 유지하고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가.
미·중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제3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한국의 첫번째 방안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아세안 국가, 인도, 유럽연합(EU)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확대하고, 새로운 성장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다변화된 무역 구조를 통해 한국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으며, 글로벌 경제 블록화로 인한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견제로 인해 서로 각 블록 간 교류가 제한된 상황에서 특정 국가나 블록에 의존도를 두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기에 다자무역 협정 및 경제협력 강화는 한국에게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해외 의존도도 큰 편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의 기술 규제나 중국의 원자재 공급 제약이 한국의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 국내 공급망의 자립성을 강화하고,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 소재나 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높이는 것이 첨단 기술 산업에서의 자립성 강화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미·중 양국과의 균형 외교도 중요하다. 한국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신중한 외교적 접근을 해야 한다. 미국과는 안보 동맹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되,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도 최대한 유지하는 전략적 균형이 필요하다. 한국에게 미국은 강력한 아군이지만 언제든지 우리를 등질 수 있는 관계이고 중국과는 한국의 수출의 25%를 담당하는 중요한 경제적 관계이다. 한국이 미국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고, 반대로 중국에 의존하면 미국과의 경제 협력에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 양국 간 갈등 속에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외교 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으로 인한 경제 블록화는 한국 경제에 큰 도전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다자무역 협정 강화, 기술 자립성 확보, 균형 외교, 국내 산업 구조 고도화 등을 통해 이러한 도전에 대응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유연하고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